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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를 비롯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무기여 잘 있어라> 등 고전의 반열에 올라선 작품을 발표하고 1954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어니스트 헤밍웨이. 미국 현대 문학의 개척자로도 불리는 헤밍웨이는 제1차 세계 대전 후 삶의 좌표를 잃어버린 '길 잃은 세대(lost generation)'를 대표하는 작가이다.
그는 약 70편에 이르는 단편을 통해 미국 단편 문학의 전통을 계승하는 한편 '하드보일드 문체'와 '빙산 이론'으로 명명된 독자적인 스타일을 확립시키며 장르를 아우르는 문학적 대가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의 단편은 사냥, 낚시, 투우, 권투, 군대 등 남성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전쟁이 일어나기 전 대자연 속에서 평화로웠던 미국인의 생활상과 전쟁을 겪고 일상으로 복귀한 사람들의 내면에 도사린 허무와 방황에 대한 성찰을 주로 그린다. 작가 개인의 경험에 기반을 둔 사건, 추구했던 주제의식, 문학적 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단편에서 다룬 에피소드는 이후 주요 장편소설의 모태가 되기도 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2, 313번으로 출간된 <헤밍웨이 단편선>은 '핑카 비히아' 판 <헤밍웨이 단편 전집(The Complete Short Stories of Hemingway)>(1987)에 실린 단편 중에서 국내 헤밍웨이 번역의 권위자 김욱동 한국외대 교수가 35편을 선정해 번역한 것이다. 헤밍웨이의 작품들을 연구, 번역해 온 그는 헤밍웨이의 문체적 특성을 살리는 데 특별히 중점을 두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Ernest Miller Hemingway)
1899년 7월 21일 미국 일리노이 주 오크 파크(현재의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의사 아버지와 성악가 어머니 사이를 두었고, 여섯 남매 중 장남이었다. 평생을 낚시와 사냥, 투우 등에 집착했으며, 다방면에 걸쳐 맹렬한 행동을 추구하고, 행동의 세계를 통해 자아의 확대를 성취하려 했다. 그러한 인생관은 그의 작품 전체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고등학생 때 학교 주간지 편집을 맡아 직접 기사와 단편을 썼으며,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1917년 [캔자스시티 스타]의 수습기자로 일했다. 제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8년 적십자 야전병원 수송차 운전병으로 이탈리아 전선에서 복무하기도 했으며, 전선에 투입되었다가 다리에 중상을 입고 귀국했다. 휴전 후 캐나다 [토론토 스타]의 특파원이 되어 유럽 각지를 돌며 그리스-터키 전쟁을 보도하기도 했다. 1921년, 해외 특파원으로 건너간 파리에서 스콧 피츠제럴드, 에즈라 파운드 등 유명 작가들과 교유하는 등 근대주의적 작가들과 미술가들과 어울리며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923년 『세 편의 단편과 열 편의 시(詩)』를 시작으로 『우리들의 시대에』, 『봄의 분류(奔流)』,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를 발표했다.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삶을 그린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소설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그후 1920년대 ‘로스트 제너레이션(잃어버린 세대)’를 대표하는 ‘피츠제럴드’와 ‘포그너’와 함께 3대 작가로 성장하였다.
그의 첫 소설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를 1926년에 발표했는데, 헤밍웨이의 대다수 작품은 1920년대 중반부터 1950년대 중반 사이에 발표되었다. 전쟁 중 나누는 사랑 이야기를 다룬 전쟁문학의 걸작 『무기여 잘 있거라』(1929)는 그가 작가로서 명성을 얻는 데 공헌했으며, 1936년 『킬리만자로의 눈』,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한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1940)는 출판되자마자 수십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린다. 이후 10년 만에 소설 한 편을 발표하지만,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1952년 인간의 희망과 불굴의 정신을 풀어낸 『노인과 바다』를 발표하여 큰 찬사를 받았으며,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
그러나 이 해에 두 번의 비행기 사고를 당하는데, 말년에 사고의 후유증으로 인해 우울증에 시달리고, 집필 활동도 막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행동의 규범에 철저한 만큼이나 죽음과 대결하는 삶의 성실성과 숭고함을 작품에 투영하려 노력해왔다. 1959년에는 아이다호 주로 거처를 옮겼고, 1961년 여름, 헤밍웨이는 신경쇠약과 우울증에 시달리다 1961년 케첨의 자택에서 엽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대표작으로는 1929년 『무기여 잘 있거라』, 1940년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1952년 『노인과 바다』 등이 있다.
김욱동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 미시시피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학위를, 뉴욕주립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포스트모더니즘을 비롯한 서유럽 이론을 국내 학계와 문단에 소개하는 한편, 이러한 방법론을 바탕으로 한국문학과 문화 현상을 새롭게 해석하여 주목을 받았다. 현재 서강대학교 인문대학 명예교수다. 문학평론집으로는 『시인은 숲을 지킨다』, 『문학을 위한 변명』, 『문학의 위기』, 『지구촌 시대의 문학』, 『적색에서 녹색으로』, 『부조리의 포도주와 무관심의 빵』, 『문학이 미래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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