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동그라미 육아

발제자 : 정세영

1장. 아이 발달의 다양성

모든 아이에게는 저마다의 발달 속도와 방향이 있다.

‘빠른 아이’와 ‘느린 아이’라는 꼬리표

  육아서나 교육 컨텐츠를 보다 보면 ‘빠른 아이’ 또는 ‘느린 아이’라는 표현이 많이 나옵니다. 또 일상에서 부모 역시 아이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빠르다’ 또는 ‘느리다’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는 아이 고유의 성향을 고려하지 않고 표준에 빗대어 평가하는 것에서 출발한 표현입니다. 보통 암기력이 좋거나 말을 잘하는, 즉 인지나 언어 영역 발달이 또래보다 우세하면 빠른 아이라고 하면서 반가워합니다. 그런데 그림을 잘 그리거나 악기를 잘 다루거나 운동을 잘하는 즉, 예체능 측면에서 뛰어난 아이에게는 빠른 아이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는 듯합니다. 대신 “잘하는 게 있다.”, “재능이 있다.”라고 표현하지요.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요?

  ‘빠르다’라는 표현이 앞서 나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발달 속도에 집착하는 것이지요. 부모 역시 어렸을 때 한국의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성장 했기에 아이가 빠르면 더 빠르게 끌고 나가려고 하고, 느리면 어떻게든 끌어올리려고 무리하다 보니, ‘빠른 아이’와‘느린아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듯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빠른 아이가 계속해서 빠른게 아니고, 느린 아이가 계속해서 느린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빠른 아이에게 반드시 성공이나 행복이 보장된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그저 속도에만 집착하는 우리 부모들, 그리고 우리 사회가 무척이나 안타깝습니다. 아이 저마다의 고유한 성향을 인정해주고 자신만의 잠재력을 찾아 자신만의 속도대로 나아가도록 돕는 것이 아이를 보다 성장시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이 발달 단계에 맞는 양육 및 육아 환경 조성법

방법1. 평균 백분율을 참고해 발달 단계에 적절한 자극을 준다.

  아이의 균형 있는 발달을 위한 양육 환경 조성이란 무엇일까요? 또래 평균보다 낮게 나온 영역 중 특별히 낮았던 항목을 고려해, 그 부분이 다른 영역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한 다음, 발달을 도모할 수 있는 적절한 자극의 환경을 조성하는 일일 것입니다.

  우선 아이의 특정 발달 영역이 또래 평균에 비해 큰 차이로 더딘 향상을 보였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아이를 면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행동과 결과에는 원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아이가 인지 영역에서 한글 또는 숫자를 잘 쓰지 못해 평균 백분율이 낮게 나왔다고 가정해봅시다. 아이가 산만해서, 또는 에너지 레벨이 높아서 차분히 앉아 글씨를 또박또박 쓰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아직 소근육이 발달하지 않아서 글씨를 또래보다 못 썼을 수도 있고, 손과 눈의 협응력 발달이 미숙했을지도 모릅니다. 에너지 레벨이 높은 것이 차분히 앉아 글씨를 쓰지 못한 이유였다면, 충분한 외부 활동이나 전신 운동을 통해 에너지를 발산하도록 하는 방법이 도움이 됩니다. 소근육이 덜 발달했다면 손 조작이 필요한 블록이나 찰흙 놀이를 통해 소근육을 키워주는 것이 좋겠지요. 손과 눈의 협응력 발달이 문제라면 구슬 꿰기나 퍼즐, 그리고 공놀이가 눈으로 공의 움직임을 인식하면 손을 사용해야 하기에 도움이 됩니다. 이렇듯 발달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양육 환경이란, 평균 백분율을 참고해 아이의 발달 단계에 적절한 자극을 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방법2. 아이 중심의 육아 가치관을 지향한다.

  한국은 사교육비 지출 세계 1위입니다. 사교육 프로그램의 수도 1위이며, 학업 스트레스 인한 우울증 발생률과 자살률의 수치도 높습니다. 아이 중심으로 시작하지 않은 조기 교육은 아이에게 어린 시절부터 스트레스, 경쟁 심리, 자기 조절력에 악영향을 미치고, 특히 정서적인 발달이 중요한 유아기에 보다 중요한 것을 놓치고 갈 수도 있습니다. 특히 2세 이전의 아이에게는 지적 자극보다 감정적 충족이 더 중요하며, 숫자나 문자를 배우는 것보다는 자연에서 오감을 사용해 얻는 경험이 균형적인 발달에 훨씬 중요한 요소입니다. 상상력과 창의력은 교육이 아닌 경험으로써 키울 수 있는 능력입니다.

  아이를 균형적으로 발달 시키려면 조기 교육을 언제쯤 무엇부터 시작할지 보다, 지금 우리 아이가 발달 단계상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관찰과 이해가 우선입니다. 결국 우리 아이가 좋아하고 관심을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 잘하는 것이 어떤 영역인지를 면밀하게 알아보는 것이 아이 중심 육아의 모습입니다.

방법3. DAP를 활용한다.

  DAP는 수많은 전문가들의 연구와 인정을 기반으로 한 교육철학입니다. 미국 유아교육학회가 제시한, 유아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DAP는 아이의 특성에 맞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사항을 다음과 같이 3가지로 이야기 합니다.

· 아이들의 연령적 발달 특성

· 아이들의 개별적 발달 특성

· 사회문화적 맥락을 고려해 무엇이 가장 유아를 위한 교육인지 고안하는 것

  일반적으로 나이라는 범주 내에서 보이는 인간의 기본적인 특징을 인지하고, 아이마다 보이는 개별적인 능력이나 흥미, 그리고 그 아이가 속한 가족의 생활 방식, 가치관, 문화적·경제적 배경 등을 고려해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DAP에서 추구하는 바와 같이 가정에서의 육아 또한 앞선 3가지를 고려해 유연하게 진행되어야 합니다. 아이의 개인적 발달 수준과 흥미에 라 다르게 방법을 적용하는 것만큼 좋은 육아법은 없습니다. 아이의 고유성 및 가정의 가치관과 문화에 따른, 아이에게 가장 잘 맞는 가정만의 고유한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2장. 아이의 6가지 발달 영역 들여다보기

인지발달

인지란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과 같은 여러 가지 감각을 통해 받아들인 정보를 뇌가 처리하여 알게 되는 것, 즉 기억하고 이해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언어발달

  언어란 사람이 생각하고 느낀 것을 표현하여 타인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고의 수단입니다. 언어 습득 이론으로 유명한 미국의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 아동 발달 연구로 유명한 장 피아제 등 여러학자들은 언어 발달이 아이가 태어나는 직후부터 일어난다는 일치된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정서발달

  사회 정서 발달은 사회적 능력과 정서적 능력의 2가지로 나눠 살펴볼 수 있습니다. 먼저 사회적 능력은 아이가 타인과 관계를 형성하고 교류하며 생겨나는 갈등을 슬기롭게 풀어나가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이러한 사회성은 아이가 속한 사회 속에서 키워지며, 그 사회에서 형성되는 관습을 이해함으로써 이에 맞는 사회적 교류를 통해 타인과 건강하게 어울릴 수 있도록 합니다.

  정서적 능력은 아이가 스스로 자기감정을 인지하고 표현하며 그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능력, 그리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이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아이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자기감정을 인지하고, 부모나 친구에게 감정을 표현하며,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고, 격한 감정이 찾아오면 때와 장소에 맞춰 이를 조절하면서 정서 발달을 이뤄나갑니다.

신체발달

  신체발달은 인지, 언어, 사회 정서, 자조 능력의 기반이 되는 발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몸은 유전과 환경의 상호 작용에 영향을 받으며 성장하는데, 특히 몸의 움직임을 통해 아이는 호기심을 충족하고 지적 발달을 도모하며 세상을 배워나갑니다. 아이는 다양한 활동을 함으로써 몸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고, 신체를 활용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늘려가면서 자존감을 키우고 자아를 형성합니다.

  아이의 신체발달은 일반적으로 큰 근육을 사용하는 대근육 발달과 미세한 근육을 사용하는 소근육 발달로 나뉩니다. 대근육 발달은 팔,다리,몸통 등을 움직이는 데 필요하며, 소근육 발달은 물건을 잡거나 조작하는, 즉 그림을 그리고 가위로 오리고 글씨를 쓰는데 필요합니다.

자조능력발달

  자조 능력이란 아이가 일상생활에서 스스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능력으로, 아이의 발달 사항을 총체적으로 볼 때 반드시 포함되는 영역입니다. 자조 능력이 주요 발달 영역들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기 때문이지요. 자조 능력은 아이가 일상에서 수행해야 하는 사소한 일(스스로 먹고, 입고 자는 일 등)부터 시작해서 자아 형성과 자아 발달, 친구들과의 관계는 물론 인지, 언어, 사회 정서 영역뿐만 아니라 안전과 건강에도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자조 능력은 스스로를 책임지는 일상생활 능력(손 씻기,양치하기,샤워하기, 머리 빗기 등) 과 사회에서 살아나가는 사회적 생활 능력(교통 신호를 알고 지키는 일, 안전하게 길을 건너는 일 등)으로 나뉩니다.

행동발달

  행동발달이란 아이가 자신의 행동을 인지하고 행동의 변화를 이해해 조절해나가는 과정으로, 다양한 행동 패턴 및 기술을 익히고 발달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행동 발달을 주요 발달 영역에 포함되지 않는 이유는 인지,언어,사회 정서,신체 발달 등과 같은 주요 발달 영역에 의해 행동 발달이 형성되어 중복적인 측면이 많고 포괄적인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느낀점

  아이의 성장에서 관계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잠재력을 키우며, 부모와 교사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어른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유년부 아이들과의 관계를 돌아보게 되었고, 아이들이 나를 신뢰하고 마음을 열 수 있는 ‘안전 기지’가 될 수 있을지 스스로를 성찰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 책은 우리 교회 내 학부모들뿐 아니라 교사와 아이들과 관계를 맺는 모든 이에게 유익하고, 육아는 결국 공동체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좋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