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일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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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계
-곽충환-
발제자 : 이겨레
저자는 목회시집을 틈틈이 써왔고 그것들을 엮어서 시집을 내었다. 전체 시들은 8가지의 소주제로 묶여있는데 그 중 시 몇 수를 소개하고 느낌을 나누고자 한다.
인생사계
유럽에 두 달 동안 머문 적이 있습니다. 민들레꽃 가득한
오스트리아의 초원은 분명 4,5월 봄이었는데, 스위스의 알프스를
넘나들 때는 하얀 겨울이었습니다. 프랑스 남부의 해변에서는 비키니를
입은 한여름을 만났습니다. 잠깐 동안 세 계절을 한꺼번에 만났습니다.
목회를 하다 보면 하루에도 사계절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오전엔 발인 예배로
오후엔 돌 예배에
저녁엔 아기 출생 축하를
그렇게 보낸 토요일 하루
이처럼 봄소식이 화사할 땐 결혼식 주례
자동차 안엔 언제나 검정 넥타이
가는 곳 따라 코디하는 연출이라
넥타이를 갈아 차듯 내 감정도 바뀌어야지
즐거워하는 자들로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로 함께 울어야 한댔지
김집사님 장례에선
죽어야 다시 사는 인생의 겸허를
하빈이 돌에서는
함께 자라 나갈 교회의 꿈을 읽고
새 아가 이름 지으며 만날 설렘은 차라리 신비
봄인가 했더니 여름이 오고
짙푸른 녹음이 단풍이 되듯
홀연히 찾아올 인생의 겨울
내 인생의 사계는 어디쯤일까
-목회자는 한 사람이지만 성도는 여러 사람이기에 모든 목회자들은 저자와 동일한 목회의 경험을 하게 된다. 장례 예배를 집례했다가 결혼 예식을 주례하고 환우를 돌보기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생일을 맞은 성도가 공궤하는 식탁에 초대되기도 한다.
그 모든 상황속에서 목회자는 마음을 다해 위로하고, 기뻐한다. 그것이 어찌 가능할까? 감정을 보다 잘 다스리는 기술도 물론 필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 모든 성도들을 목회하는 자리에 하나님이 함께 하시고 하나님이 그 모든 목회 사역을 이끌어 가시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하나님이 줄로 재어주신 곳에 살며 하나님이 이끄심을 따라 성도들을 만나 삶을 나누고 말씀을 나누고 기도제목을 나눌 때에 그 모든 일들을 통하여 하나님이 영광받으시고 우리 성도들에게는 큰 기쁨과 은혜와 위로를 넘치도록 더하신다. 결국 목회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우리의 삶 가운데에 거하시고 우리의 삶을 이끌어가시는 하나님의 놀라우신 섭리가 아닐까? 그렇기에 하루 하루를 살아가며 오늘 내게 주시는 은혜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삶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밥값 좀 주세요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하루에도 몇 명 씩 돈 좀 달라고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경제의 상태에 상관없이 어렵게 사는 사람들은 여전하네요.
‘목사님 또 왔습니다,’
넉살 좋게 웃으며 손 내민다
이번엔 또 어디서 한잔하고 처박았는지
상처투성이 얼굴로
밥값 좀 달란다
하루는 자기 친구도 데리고 왔다며
친구에게도 돈 좀 주시라고 양양하게 말한다
젊은 사람이 할 게 없어서 구걸이냐고
목젖까지 올라온 그 말을 하고 싶지만
그것도 정이라고 매정케 할 수 없어
끝내 할 말은
‘교회 좀 나가세요’
믿음은 들음에서 생긴다던가
돈 천 원에 한 번씩 들은 말 공짜는 아니어서
오늘도 찾아와
자기도 이제는 교회를 다니게 됐노라 한다
다니는 교회에서는 차마 구걸 못하여
은혜는 본교회에서 받고
구걸은 나눔의교회에서 한단다
돌아서는 뒷모습이 밉지 않음은
작은 소자로 오신다는 주님 때문이어라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면서 가장 큰 애로사항이 있다면 교회에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을 맞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회는 성도들만 찾는 곳이 아니다.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잠깐 들리는 사람들, 구걸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 교회에 불만을 가지고 찾아오는 민원인들, 이단 사이비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온다. 그런데 그 모든 사람들의 요청을 묵살 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다. 구걸을 하러 오거나 이런 저런 해코지를 하려고 교회에 온 사람들이라도 품위를 지키며 상대하고 싶지만 정작 현실은 시에서 나오는 아니 그보다 더한 것이 사실이다.
결국 그들에게 열리는 것은 나의 지갑이다. 오늘 적선한 그 잔돈을 바라며 다음에 또 발걸음 하겠지만 약자를 돕고 섬기셨던 예수님처럼 너 또한 우리를 도우라 말하는 그 말을 외면할 수 없어 주머니를 털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곱씹고 곱씹어 위안삼을 수 밖에...
□ 동일교회에 적용할 점
목회시집이라는 장르는 조금은 생소하지만 목회자가 목회를 하며 경험한 삶을 시를 통해 풀어내고 함께 읽어 간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성도들의 삶을 잘 알지 못하는 목회자가 그 삶을 잘 알고 위로하며 기도해주기 위해 집집마다 심방하며 그 생활을 보고 듣고 묻는 것처럼 이 시집을 통해 성도들은 목회자의 삶의 단면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그 과정에서 목회자가 느끼는 목회의 어려움, 고뇌, 기쁨, 보람등을 함께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다. 서로가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는 뜻이다. 그와 같은 삶의 자세는 이런 저런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제공해준다.
성도의 삶을 목회자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면, 목회자의 삶을 성도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면 교회는 보다 더 긴밀한 공동체가 되어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측면에서 이 목회시집은 가벼운 마음으로 성도들이 일독을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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